필립스 젠킨스는 역사 속의 교회를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구분하면서, 미래 사람들은 BC(Before Christ, 그리스도 이전)가 아니라 BC(코로나 바이러스 이전)라는 용어를 통해 교회를 떠올릴 것이라고 하였다. 세계 역사와 교회 역사의 중심에서 그리스도를 빼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대체한 그의 비유는 COVID-19가 우리 시대의 교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는 COVID-19로 인한 두려움과 공포가 세상을 휩쓸고, 전 세계 교회의 예배와 선교사역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목격하고 있다. 추수밭인 현장의 선교사들은 몹시 당혹스럽고 답답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 우리는 두 가지를 경계해야 한다.
첫째는 이번 사태를 너무 크게 여겨 그 너머에 서 계시는 하나님을 보지 못하는 불신앙이다. 교회 역사상 그 어떤 위기에도 하나님은 항상 자기 백성과 함께 계셨다. 이것이 임마누엘의 선교이다. 둘째는 이번 사태를 과소평가함으로써 코로나 이후 시대의 하나님의 선교를 준비하지 못하게 하는 인본주의적 낙관론이다. 교회 역사상 이런 실패 사례들은 무수히 많았기에 또다시 이런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깨어서 기도하고 서로를 사랑으로 돌아보고 격려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예수께서는 공생애 3년 반 동안 치열한 영적 전쟁터에서 몸소 십자가를 지셨고, 또한 제자들이 자기 십자가를 질 때 함께 하실 성령을 보내겠다고 약속하셨다. 바울 사도는 잇단 박해로 인해 점차 흩어져가는 로마교회를 향해 여러분이 진 바로 이 십자가에서 하나님은 자신의 사랑을 입증하셨다고 선포하였다(롬5:8).
현재의 위기 속에서 우리에게 마지막 한 가지가 남아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이다.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셔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그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기에, 사망과 생명의 변곡점 한 가운데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은 언제든 열려있다. 그리스도가 없는 십자가는 처참한 사망의 종착역이다. 그리스도가 있는 십자가는 부활의 출발점이다. 하나님은 한번도 자기 백성을 홀로 두시거나 소외시킨 적이 없으신 분이다. 임마누엘의 하나님의 선교는 역사 종말까지 계속될 것이다.
우리의 자녀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코로나를 이긴 성도들과 교회의 승리를 통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에서도 하나님의 역사의 놀라운 반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임마누엘로 함께 하시는 주님을 기억하고, 그분의 보혈의 능력을 찬양하자.